날씨가 너무 더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8월의 한여름날,
우리 집은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어린 나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오는 게 너무 좋았다
그전에 살던 집은 반지하였는데,
거기서 귀신도 보고, 가위도 눌리고, 벌레 나오고 습하고..
정말 좋지 않았거든.
신났던 우리 가족과는 반대로
더운 여름날 이사를 하다보니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굉장히 짜증내고 힘들어했다.
평소 눈치를 좀 많이 보던 나는
짐을 옮겨주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우리 짐 안 옮겨준다고 하면 어쩌지? 하면서-
(별 걱정을 다 할 때다. 지금도 별 걱정을 다하지만..ㅠ)
그중에 한 젊은 인부가 주방에 붙박이로 있는 라디오를 켰다.
DJ의 이런저런 얘기가 들렸고, 곧 박진영의 '썸머징글벨'이 흘러나왔다.
젊은 인부는 그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며 짐을 날랐다.
기분이 조금 나아졌을까? 안도했던 기억.
어찌저찌 이사는 끝마쳤고
우리가족은 모두 상기되어 들뜬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직 커튼과 블라인드를 설치하지 않아서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쨍쨍한 햇살과, 이사 오는 사다리차의 소음으로 깬 기억까지
그때가 너무 생생하게 남아있다.
2021년. 이 집에 산지 24년을 꽉 채운 올 8월 우리 집은 이사를 간다.
한여름 이사를 간다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날짜가 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어버렸군.
부모님은 고향으로,
나는 이곳 서울에 남는다.
독립이다.
독립이라니.. 정말 내가 독립이라니..
아빠는 서울생활을 접고 시골 내려가신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계속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아 그럼 이제 독립인가?' 싶었는데,
아빠도 일을 그만두고 내려가신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셨는지
자꾸 1년, 1년, 1년씩 재계약을 하시고 일을 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양치기 소년이 됐지 ㅋ
"내년엔 독립할 것 같아" -막상 내년 되면- "올해 말고 진짜 내년엔 독립할 것 같아!"
무한반복.
양치기 소년이었던 내가
이제 진짜 독립이다
그동안 부모님 밑에서 편하게만 살아서 독립을 한다는 게 무섭도 두렵기도 한데,
너무 설레기도 한다.
심장이 정말 두근두근 BPM 빨라짐
앞으로 독립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경험들을 이곳에 기록해둬야겠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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